블록체인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지만, 그 운영 구조는 지역에 따라 상이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 서구권 국가들은 DAO와 위임형 거버넌스 채택 방식, 규제 대응, 커뮤니티 운영 철학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아시아와 서구권의 대표 프로젝트 사례를 비교하면서, 문화적·정치적·기술적 요인이 어떻게 거버넌스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 분석합니다.
아시아권 블록체인 운영 구조의 특징 (DAO 채택에 대한 접근)
아시아 국가들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있어 빠른 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DAO 채택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국가들조차 DAO 기반 운영보다는 중앙화된 혹은 위임형 거버넌스 구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국의 경우, 블록체인 프로젝트 다수가 정부의 규제 프레임에 맞추어 운영되기 때문에, DAO처럼 모든 권한을 커뮤니티에 넘기는 모델은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습니다. 대신 ‘투명한 중앙화’를 표방하며 일정 수준의 거버넌스를 위임하거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법적 책임과 규제 준수 차원에서 개발진이나 운영사가 핵심 결정권을 유지하는 구조를 채택합니다.
중국의 경우 더욱 중앙집중적인 운영이 일반적입니다.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탈중앙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DAO는 사실상 금지된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위임형 또는 중앙관리형 거버넌스를 채택하며, 커뮤니티의 직접적 참여보다는 국가나 기업 중심의 운영 방식을 따릅니다.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허브로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국가이지만, 금융 안정성과 규제 친화적인 정책으로 인해 완전한 DAO보다는 혼합형 거버넌스가 선호되고 있습니다. 즉, 규제 프레임워크 안에서 점진적인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아시아권의 경향은 전통적인 위계질서, 강력한 정부 정책, 법률적 불확실성 회피 문화에서 기인합니다. DAO는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각 국가의 제도와 문화적 배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시아권 프로젝트들은 탈중앙화를 선언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위임형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구권 국가들의 DAO 지향적 구조 (거버넌스 실험의 중심)
서구권 국가들은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있어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태도를 보이며, 특히 DAO 모델의 도입과 확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스위스 등은 DAO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거나 실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경우, 많은 DAO 프로젝트가 탄생한 배경에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문화와 자율적 운영에 대한 높은 수용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MakerDAO, Uniswap DAO, Aave DAO 등이 있으며, 이들은 스마트 계약과 커뮤니티 투표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합니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Wyoming 주가 DAO를 법적 단체로 인정함으로써, DAO 기반 스타트업 설립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가 ‘크립토 밸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탈중앙화 실험이 활발합니다. Zug 주는 DAO 및 토큰 발행에 대한 법적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수많은 DAO 프로젝트가 유럽 내에서 시작되거나 이주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되고 있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블록체인과 거버넌스 실험에 있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DAO 설립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구권의 DAO 친화적인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율성’, ‘투명한 민주주의’, ‘책임 분산’이라는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와도 일치하며, 커뮤니티 주도의 거버넌스가 활성화되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사용자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플랫폼의 공동 운영자로서의 인식을 갖고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합니다.
결과적으로 서구권에서는 DAO가 단지 기술 실험을 넘어, 실제 프로젝트의 운영 주체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DAO 기반 운영 모델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제도, 기술 생태계가 만든 거버넌스 차이
아시아와 서구권 블록체인 프로젝트 간 거버넌스 구조 차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를 넘어, 각 지역의 문화적, 제도적, 사회적 인식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먼저 정치 문화에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서구권은 상대적으로 개방적 민주주의 전통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 덕분에, DAO와 같은 수평적, 자율적 거버넌스 모델에 거부감이 적습니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위계적 구조와 안정성 중심의 운영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중앙집중적인 구조 선호로 이어집니다.
또한 법적 환경과 제도도 큰 차이를 만듭니다. 서구권에서는 DAO가 법적으로 인정되거나 실험 가능한 제도적 여지가 있는 반면,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DAO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거나 제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아시아에서는 DAO보다는 위임형, 중앙관리형 구조가 더 안정적인 운영 모델로 받아들여집니다.
기술 생태계 역시 영향을 줍니다. 서구권의 오픈소스 및 해커톤 문화는 커뮤니티 기반 프로젝트 확산에 유리하며, DAO의 조직화에도 적합합니다. 반면 아시아권은 기업 중심의 기술 개발 구조가 강하여, 커뮤니티보다 특정 개발팀이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더 일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참여 문화의 차이도 주목할 만합니다. 서구권 사용자들은 거버넌스 참여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만, 아시아권 사용자들은 기술 소비자적 성향이 강해 거버넌스 참여보다는 결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아시아와 서구권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형태의 운영 구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발전해왔습니다. 아시아는 위임형 혹은 중앙관리형 구조를 통해 현실적 제약을 반영하고 있으며, 서구권은 DAO를 중심으로 자율성과 민주성을 실험하며 새로운 거버넌스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철학과 배경 속에서 발전하고 있는 이 거버넌스 구조들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맞는 ‘최적화된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참여 중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어떤 구조를 채택하고 있나요?
이제 그 운영 방식의 이면에 담긴 지역적, 문화적 배경을 함께 고려해보며, 보다 주체적인 시각으로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참여해보시길 바랍니다.